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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런저런 도서

반디 - 고발

by 곽성이 2024. 11. 3.

 

 

이번달 중순 독서모임에 들고갈 책으로 결정 하고 읽은 책.
책표지에 있는 '북한에 살고있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반출시킨 소설'
이라는 한마디에 흥미를 가지고 도서관으로 가서 대여했다.
작가의 필명은 '반디'.  본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북한에 소속되어있는 작가이기 때문에
 
함경도 출신,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 이라는 것 말고는 밝혀지지 않았다.
본 작품은 7개의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소설집이며 작가가 경험한 북한의 사회, 어디에 얘기 할 수없는 아픈 사연들, 실제 사실들을 배경으로 작품으로 녹여내었다.
우리가 알고있는 북한의 이미지는 무엇이있나. 독재정권, 세습, 가난 등등. 물론 다른건 없다.

하지만 이 단편은 그 실상을  너무나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북한 내부에서는 절대로 발행이 불가능한 문학.
이것을 목숨걸고 외부로 분출하여 절망 가득한 현실을 알리고 싶어하는 작가의 절실함이 돌고 돌아 남한에도 전달이 된것이라 생각한다.
 
7가지 단편은 전체적으로 절망과, 공포가 가득하다.
독재사회 아래, 어떻게 두려움을 만들고 사람들을 통제하고 지배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리일철'은 일을 잘하고 인정받지만, 아버지가 실수로 농업 모종을 죽였다는 이유로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로 분류되어 처벌받고 그의 일족들은 '가족 149호'로 분류되어 대대로 낙인을 찍고, 감시대상이 된다.
그 낙인으로 일철은 진급을 기대할 수도 없고,  조카는 학급반장을 할수도 없게되고,  부인은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것이 죄라는 생각으로 남편 몰래 피임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한경희'는 창문 밖에 보이는 '김일성,  마르크스 초상화'를 보고  경련을 일으키는  아들을 위해 커텐으로 가린 것을 밝히고 선전부 지도원이었던 남편과 지방으로 추방 당하게된다.

'유전되는 것이 체질뿐이겠느냐, 정신도 유전되는 법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수령님의 초상화를 두려워하는 정신을 물려준 나나 당신의 정신은 어떤것이겠소? 변명해보우'


'명철'은 모친이 위급하다는 전보를 3번이나 받았지만  '1호행사' 로 여행증이 발급이 제한되어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게 된다.(1호행사 : 열병식, 북한 최고지도자의 육성 연설이 행해짐)
술에 취해 몰래 열차에 탑승했지만 결국은 여행규정 위반으로 '노동단련소'로 끌려가 처벌받는다.

이런 내용들이 있고 읽다보면 북한사회는 모두 최고 지도자를  위해 존재하고 움직인다.
이 것을  어떻게 책에서 표현 하였는지, 제일 임팩트있게 표현한 부분이 있었다.

국경절 행사에 광장에 10시까지 무조건 모이란 방송이 나온지 45분만에 100만군중이 광장에 모여들었다.
이 방송은 9시가 넘어서 방송되었다.
어떤 무서운 힘이 작용하길래 이런  불가사의한 사변을 낳는 것인가.
북한 정권은  이러한 현상을 하나된 마음의 응집력으로 홍보를 한다. 실상은 아니겠지만.

보고 있으면 굉장히 답답한 것 투성이고, 하나의 뿌리를 가진 민족이 38선너머에 에서 저런 고초를 겪고있다는 것이 너무 안스러운 부분인데 그 와중에도 통제를 벗어나고 싶은  갈망 역시 책 곳곳에 드러난다.

앞서 얘기한 '리일철'은 가족들과 함께 쪽배에 운명을 맡기고 탈출시도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여행법을 위반하면서 까지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명철'

김일성이 철길을 지나간다는 이유로 운행이 통제되고

'무슨놈의 1호 행사가 이리도 길어? 무슨 놈의 1호행사가 이리도 사람을 죽이냔 말이다' 

이 말을 하고 싶지만 뻥끗해볼수 없는 불만 이라는 표현 까지.

 

책을 읽은 이들은 여러가지 생각이 좀 들지 않을까 한다.

- 우리가 현재 누리는 모든것. 감사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경계선 너머에 누군가에겐 갈망의 대상임을.

- 그리고 그들이 꼭 우리와 같은 것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

- 그러나 자유라는 단어 아래 누군가 피해를 보는 이들이 생기는 현대 사회.

- 그렇다면 자유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통제가 필요하면 어디가 적정선인가?

 

등등..

 

본 책은 작가가 발간하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다가 먼저 탈출한 친척, 브로커 들을 통해 반출하였다.

'북한을 빠져나온 이'가 아닌  '북한을 빠져나오지 못한 이'를 통해서 나온 작품이기에 너무 특별하다.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았고  '반디'를 필명으로 지은 이유, 책의 제목이 '고발' 인 이유 역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작가가 1950년에 태어났는데 생존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진작에 분출의 사실이 알려져 처벌받았을 가능성도 있고.

하지만 살아있다면  필명이 아닌. 본명으로 세상에 등장할 날이 올지..? 먼 훗날에라도 알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