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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런저런 도서

파리대왕 - 윌리엄 골딩

by 곽성이 2024. 12. 25.
 
 
오랜만에 독서모임 내에서 선정된 '고전'이다.
소개한 회원분 말에 따르면 정치/사회에 관한 내용이고 대한민국의 상황과도 빗댈수 있지 않나 했다고.

 

그러한 내용을 어린 아이 10세 미만~10대 초반의 아이들, 그중에 '랠프, 잭, 돼지'를 중심으로 하여 소설로 풀어냈다.
정치/사회에 관한 내용과 더불어 '인간의 포악함'에 대한 내용이 인상깊은데, 한번 살펴보자
 
어린 아이들이 타고있던 비행기는 추락하고 이름모를 섬에 불시착한다.
아이들은 최연장인 랠프를 지도자로 하여 무인도에서 생존을 위한 조치를 해나간다.
회의를 열었고 '소라'를 든사람이 발언권을 가지는 것으로 한다.
랠프가 중요게 여긴 건 생존을 알리기 위한 봉화, 그 관리를 잭이 지원해서 맡기로 한다.
만만하게 생각했지만 지능이 있던 돼지의 조언으로 오두막을 세우기로 하는 등, 섬에서 생활에 적응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오두막/봉화를 강조하는 랠프, 사냥을 강조하는 잭과의 갈등이 일어난다.
잭의 부대가 멧돼지 사냥을 간 사이 봉화의 불이 꺼졌고, 지나가는 배에 신호를 보내지 못하여 구조 기회를 놓친다.
회의를 열고 봉화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하였으나 호응을 얻지 못한다.
'짐승'을 보았다고 얘기 하는 꼬마, 동요하는 아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수색대를 조직한다.
그들은 산에서 추락한 낙하산병의 시체를 보고 무서워서 도망친다.
잭은 빠져나와서 별도의 진지를 구축하고, 많은 아이들이 멧돼지 고기에 이끌려 그에게 가담하고, 랠프는 지도자로서의 힘을 잃어간다.
랠프 조차 고기에 혹할 정도였고, 잭과 패거리들은 멧돼지 사냥에 도취되어 춤추고 노래하고 흥분하여 '짐승'의 정체를 알리기 위해 나타난 '사이먼'을 죽이고만다.
랠프 주변에는 사람이 얼마 안남았고 잭의 패거리들은 몰래 랠프의 진지에 침입하여 돼지의 안경을 훔쳐가는 등 만행을 저지른다.
안경을 돌려받기 위해 잭의 진지로 간 랠프와 돼지. 거부당하고 싸우는데 잭의 동료가 바위를 굴렸고 돼지는 거기에 치어 죽게된다.
랠프는 살기위해 숨었고, 사냥 패거리들은 랠프를 추적한다. 위기를 넘기고 나왔을때 해군 장교를 만나 구조받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현실과 비슷한 부분을 좀 생각해봤다.
여기서의 '소라'는 권한이자 민주주의의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도자인 랠프는 '소라'를 불어 회의를 소집하였고, 회의에서는 이것을 손에 든 자는 발언권을 얻을 수 있었다.
회의는 '화강암 고대'에서 주로 열린다.
이는 고대 그리스 국가 '폴리스'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펼쳐지던 광장인 '아고라' 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라를 든 돼지의 발언은 잭에 의해 자주 간섭받았는데, 그럴 때 자주 하는 말이 '내가 소라를 들고 있어!' 다.
그는 섬에서 불을 피울 수 있는 도구인 '안경'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머리도 좋아 '지혜'을 의미하는 인물로 생각하는데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천식을 앓아서 허약하다. 물리적인 싸움을 할때는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걸 보며 '힘이 없는 지혜'는 얼마나 공허한지, 그런 잔혹한 현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아니었을까.
랠프는 지도자로서 섬에서의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아이들을 이끌려고 노력하지만 말을 잘 안듣는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랠프는 봉화/오두막을,  잭은 사냥/고기를 강조한다.
비유하자면 랠프는 숲을 보고, 잭은 나무를 본 것. 아쉽게도 아이들은 단기적인 유혹인 멧돼지 고기에 더 혹했다. 
눈앞에 이익에 취약한 것, 이건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거다.
정치인으로 보자면 눈앞에 보이는 당근을 던지고 지지를 호소한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살기에 급급하기에 보이는 당근에 끌리게되고 그 뒤에 숨은건 잘 보질 못한다. 
멀리를 내다보고 버티는일은 힘든 것, 이리저리 휘둘리기 쉬운 일반 시민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중요한건 우리에게도 인내심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섬에는 고기가 아니더라도 과일도 있었다.
맛이 아니더라도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먹이는 있었던거다. 우선순위가 달랐다면 사망자 없이 탈출의 시기가 좀더 빨라졌을지도..
'잭 을 통해서는 인간의 폭력성을 볼 수 있다.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두렵지만, 사냥에 성공했고 한번 피를 본 인간이 어디까지 가는지.
흥에 취해 앞에 있는게 누군지 분간도 못하고 사이먼을 죽이고,  돼지를 죽이고,  끝내 지도자 였던 랠프까지 죽일뻔했다.
그는 권력욕이 있었고 끝내 그것을 가졌고 밑에 있는 이들을 공포로 통제하기도 한다.
랠프와 잭은 이렇게 서로 반대되는 인물이며 사회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어떻게 극단적으로 변하는지도 엿볼수 있다.
이 책은 1954년 나온 작품이고, 저 때나 지금이나 세상 돌아가는 근본은 비슷한 것 같다. 배경만 다를 뿐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나? 사회에 대해서 / 인간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고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분명 있다고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고전이라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지형/지물이나 날씨 등의 설명을 너무 광범위하게 표현해서 머릿속에 그리기 힘들었고 특히 회의가 열렸던 '화강암 고대' 가 대체 뭔지 알수가 없었다. 주인공 일행들을 공포에 떨게 한 '짐승'이  낙하산병의 시체라는 것도 뒤에 해설을 통해서 알았다.
고전을 읽을 때는 앞으로 출판사도 고려해봐야겠다 싶을정도로 썩 매끄럽지가 않아서.
 
좋은 논쟁거리를 줌과 동시에 고전의 장벽을 함께 느끼게 해준 책이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