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라는 작가는 실제 경찰로 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사건,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점, 고충들을 얘기하는데, 책의 부제가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 다. 그래서 책의 에피소드 마다 주로 '언니'란 말로 시작을 하는데,. 그래서인가 내가 작가 옆에서 얘기를 듣는 가까운 사이인 것 처럼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인이라면 거의 만나지 못할 사람들을 경찰은 참 자주 만나게되는데.. 상습적 자살소동 유발자, 가정폭력범, 살아있지만 서류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할머니, 결혼이주여성 피해자, 뻔뻔한 성범죄자 등.
보는 내내 숨이 턱 막히는 기분.
인간이면 안될 존재들을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개새끼라는 욕은 없어져야해, 개새끼보다 못한 인간이 넘치는 이 세상에서 그런 욕은 더이상 무의미하니까"
이렇게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보는 것을 괴로워 하는게 좀 씁쓸한 부분.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느끼는 책의 포인트 중 하나는 경찰도 결국 보호 받아야할 '시민' 이라는 점이 아닐까
- 영업방해로 체포된 피의자가 근무중인 순경에게 욕을 하며 달려들고, 순경이 피하다가 밀침. 이를 역으로 순경을 고소하여 합의금을 요구함 ('경찰 로또'라고 표현한다)
- 순찰도중 가스 폭발에 휘말려 사망하고, 음주단속하다 달려오는 차량에 치어 식물인간이 되어도 순직처리 되지 못한다.
- 조폭들끼리 싸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주먹을 맞고 쓰러졌지만 공무집행방해로 조사조차 못한 동기
그 외에도 얘기가 있는데 제일 인상깊은 부분은 '서울 암사역 칼부림 사태'.
사건이 발생했을때 출동한 경찰관이 소극적인 대응으로 제대로 진압하지 못했다면서 비난하는 기사가 계속 보도되었던 적이 있다.
이 사건에 관한 기사를 찾아봤는데, 그당시 경찰청장이 말하길 '테이져건 사격방법을 평소에 연습해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탄보다 비싼 테이져건을 직접 쏘며 훈련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예산문제, 그래서 연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리고 무기를 사용해서 제압하다가 인명피해가 나게되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경찰관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한다. 추가로 과잉진압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게된다는 점. 보호해줘야할 고위층은 늘 회피하기 일쑤.
이렇게 적극적으로 업무처리를 할 수록 자신을 갉아먹게 되는게 현실인데.. 세금으로 먹고산다는 이유로 무조건 그들에게 책임과 의무만을 강요하는게 맞는 것 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본인을 지킬 수 있어야 시민도 지킬수 있지 않는가.
영웅을 원하면 영웅이 활약할만한 환경을 만들어줘야한다.
도입부에 이런 글이 있다.
'내가 초심을 잃어가는 기록, 그동안 쌓아올린 나만의 정의감이 손바닥 속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것에 대한 관찰기'
그 말처럼 작가의 사명감, 정의감은 많이 깎여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책으로 써낸 자신과 동료들의 이야기가 멀리 퍼져나갈 것이라 믿고. 경찰관으로써 해야할 일을 할 것이라며 마음을 다지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 된다.
우리나라에서 경찰에관한 시선은 썩 좋지 않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억지 자백을 받아내는 폭력 경찰이 있었고, 역대 경찰청장의 절반이 비리에 연관되어 있었고, 몇년전만해도 경찰의 버닝썬게이트 부실수사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저런 논란 뒤에는, 현장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들이 더 많다고 믿는다.
이 책은 마냥 우리 힘들다 그렇게 호소하기만 하는 내용이 아니다. 왜 가해자는 잘살고 피해자는 숨어야하는지, 이 사회에 정의란 있는건지, 죄와 형벌은 뭔지, 어떠한 태도와 기준을 가지고 행동해야하는지 등 경찰이 가지고있는 고뇌가 담겨있다 .그리고 조직에 대한 비판도 하고있다.
그들이 지치지 않도록 좀 더 따뜻한 시선을 보냄과 동시에, 부패한 이들에게는 비판을 하는 시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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