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독서모임 활동을 하면서 내가 책을 들고 가는 기준중에 하나는 (개인이 생각하기에) 사회현상이건 인간 본성이던 철학이건 잡지식이던 .. 작게나마 생각할 거리가 있다던가,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뭔가를 조금이나마 얻어낼 수 있을까. 그런걸 좀 주로 들고 나갔다.
이번에는 좀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감성충전 하는 겸 가볍게 읽어볼까 하고 선택한 책이다.
그런데 또 담고있는 내용을 보니 그리 가볍진 않더라.
내용을 좀 살펴보면 배경은 미래에 통일된 한국,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사회다.
주인공 이름은 '철이'. 평양에 위치한 '휴먼매터스 캠퍼스'에서 아버지와 고양이 세마리와 같이 사는데 그 중 하나는 로봇이다. 동물이 동물로봇과, 인간이 휴머노이드와 구분되지 않을정도로 인공지능이 발전한 사회인것이다.
아버지를 통해서 여러가지 교육을 받으며 자라는데, 늘 바깥세상이 궁금하지만 아버지에 의해 나가진 못한다.
어느 비오는 날 우산들고 아버지를 마중나간다는 핑계로 바깥으로 나갔는데 정체 불명에 두남자에게 검문을 받는다.
'당신은 등록된 휴머노이드가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계속 인간이라고 생각해왔던 철이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반항하지만 제압당했고 이동 캡슐을 통해 어떤 수용소로 끌려간다. 그곳은 정부에 등록 되지않은 휴머노이드를 가둬놓는 곳이었고, 그 안에서 선이, 민이라는 친구들을 만난다.
선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닌 좀 다른 개념의 인간이고, 민이는 인도에서 제작되고 서울에서 활성화되었고 주인에게 파양된 휴머노이드다.
선이, 민이와 친해지고 적응하며 생활하는데 수용소를 정부에 반하는 세력이 공격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통일 이후 정부는 비용이 많이 드는 지방의 인프라유지를 포기했고 통일에 불만을 품은 이들, 휴머노이드들이 세력을 키웠는데 정부에서도 방관할 수 없을정도 였다. 한반도에 내전이 일어나고 있었고 수용소가 공격을 당한 것이다.
그 틈을 타서 철이,선이,민이가 탈출을 한다.
사람 하나 없는 황폐한 마을에서 휴식을 하는데 정부 체포조에게 발각됬고 민이가 여기서 죽게된다.
상황이 정리 되고 남은 둘은 민이의 몸을 묻고, 다른 몸에 연결하여 살릴수 있도록 머리를 챙겨간다.
이동하던 와중에 많은양의 폐부품, 폐기물이 쌓인곳에서 '달마'라는 휴머노이드를 만난다.
이 곳에서 철이는 검사를통해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된다.
이 인물에게 부탁하여 '민이' 를 재활성화시키려 하는데 개인적으로 선이와 달마와 대화를 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달마의 주장은 민이가 과연 이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이 휴머노이드를 재활성화 하는 것이 정말 그 자신에게 유익한것이냐.
살면서 느끼는 기쁨이 분명 있지만 그런 순간은 많지 않다. 생명체의 프로그램은 고통을 회피하는데 최적화 되어있다. 더는 겪어도 되지 않아도 될 고통을 다시 겪게하는게 윤리적으로 올바른 선택이냐?
선이의 주장은 민이가 이미 태어났고,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그렇지만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가진채로 깨어나 자신의 의지로 생을 살다가 누군가에 의해 죽는게 아닌 자연이 정해준 수명을 다하고 우주의 일부로 돌아가길 원한다.
내가 느끼기에 책의 제목인 '작별 인사'를 관통하는 의미가 둘의 대화에서 어느정도 엿볼수 있었다.
결국 민이를 다시 살리기로 하지만 이곳도 발각되어 공격당했고. 여기서 철이와 선이가 헤어지게된다. 여기까지가 책의 내용의 3분의 2정도이고,,
그 뒤 철이는 몸이 없이 클라우드 에서 의식으로만 존재 하는데 그 곳에서 달마와 다시 만난다.
그리고 인간은 기계지능에게 패배한다.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었지만 정작 인간이 기계지능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책 마지막에는 다시 인간의 몸이 되어 선이를 만나러 간다.
책의 주제는 '인간다움'에 대해 얘기하지만, 나는 윤리에 대해 초점이 맞춰 보게됬다.
'달마' 라는 인물의 경우 제작사가 도산하거나 A/S기간이 끝나서 유지불가능한 휴머노이드를 분해하고 폐기하고 그런일을 했는데. 이 폐기되는 로봇이 휴머노이드라 삶을 향한 의지가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그렇게 공포,불안을 느끼는 존재를 비활성화 하는것이 또 쉬운일이 아니었다. 달마도 휴머노이드니까.
그리고 감정을 가진 휴머노이드가 탄생한 여러 배경 중 하나가 요양원 환자들을 케어하기 위함이기도한데 초기에는 그냥 불평불만 없이 주어진 일을 하는 로봇이었는데 돈 많은 사람이 '감정'을 공유하는 로봇을 원해서 제작됬다는 부분이 있다.
인간이 자기들 멋대로 감정을 가진 존재로 만들고, 폐기하고.
기후위기도 그렇고 '인간'은 이래저래 이 세상에서 제일 악한 존재인가보다.
그 외에도 윤리에 생각해 볼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SF소설을 거의 읽어보진 않았다. 분명 이런 휴머노이드를 소재로 한 책이 분명 여럿 있을거 같은데.
그런 책들과 중복되는 클리셰가 있으려나.. 그런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작가의 상상력이 재미있었고.
책 초반/중반에 나온 복선도 후반에 좀 정리가 되는 그런 구성력도 있는 것 같다.
책이 담고있는 내용이 가볍진 않지만 안넘어가지도 않는다. 날 잡고 맘만 먹으면 몇시간 안에 볼 수도 있을 정도 잘 읽힌다.
중/고등학생정도 되는 학생들이 봐도 괜찮다고 본다. 도덕/윤리를 가르칠때 무작정 '뭐하면 안되' 하기보다는 몰입성 있는 이야기를 통해 스며들게 하는 것도 교육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주제를 가지고 독자에게 어렵지 않게 이야기로 풀어내는게 작가로서의 능력이 아닐까.
재미와 의미, 두가지를 다 겸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알라딘에 가보니 이책이 12권이나 있더라. 이 책이 인기가 많았던건지 사람들이 별로라고 느껴서 되판건지 모르겠다. 나는 이 책 가지고있어도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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