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출판사의 책 소개에 영업당해서 구매하게 된 책.
우아한 인생, 저우다신 이라는 중국작가의 책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듯
요즘 나의 머릿속 일부를 채우는 '간병' 을 소재로 하고있다.
노년의 삶을 묘사하고 있고, 작가 모친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의 모친은 90세가 넘어서 병상에서 생활하다 92세에 세상을 떠났는데, 당시 머릿속에서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상태였고. 이후 노년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인생 최후의 과정을 묘사하는 작품을 쓴게 본 작이다.
함께 늙어가는 친구들과 준비할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거라는 믿음으로.
책 서문에서 말하듯 작가도 나이가 들었고, 늙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그래서 뭔가 절실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책의 무대는 '장수공원'에서 이뤄지는 행사가 배경이고, 7개의 장으로 구분되어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월~목' 까지는 노인들이 관심을 가질법한 간병로봇, 장수약, 수명 등에 관한 강의, 제품 홍보가 주를 이룬다.
여기까지가 약 60페이지, 이후 '금~일' 에 배치된 '노인 간병 경험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주인공은 '중샤오양' (보통 샤오양이라고 나옴). 시골마을에서 태어나고 간호학을 전공하였고, 어느 집에 노인돌봄/가사도우미로 입주하는 것으로 경험담을 시작한다. 주업무는 노인을 돌보고 건강을 체크하며 돌보는 것인데.
그가 돌보는 노인은 '샤오청산' (샤오 할아버지라고 나옴). 주인공을 고용한 사람은 '신신'- 할아버지의 딸이다.
샤오 할아버지는 판사출신으로 ,늙은이 취급받는 것을 굉장히 못마땅한, 자존심 세고 불같은 성격이다.
딸인 신신과 사위랑 같이 살고있었다. 이 사위와 트러블이 많이 일어나는데, 결국 사위와 딸이 집을 얻어서 나가 살기로 하고 신신은 샤오양에게 아빠를 잘 부탁한다면서 나가게 된다.
그리고 샤오 할아버지는 너희들 없이도 보란듯이 잘 살거라면서, 결혼 중개업소를 찾아가서 여성을 만나서 결혼을 하려 한다. 대화도 잘 하고, 같이 여행도 가고, 샤오양도 따라가서 가이드도 해주고, 잘되는듯 했지만 결국은 이뤄지지 못한다.
그 중간에는 사위가 미국으로 유학을 결정하고, 딸인 신신도 따라가게 됬다.
그 후에는 장수에 관심이 생겨서 도인을 만나 방법 배우는데 거금을 지불하고, 방문하여 장수체조를 알려주는 이에게 돈을 지불하고. 장수방법을 따라하다 응급실에 실려간다.
그렇게 간절함을 이용한 상술에 당하여 충격받고, 또 어떤 계기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기도 한다.
그리고 남편을 따라간 신신이 본국으로 돌아온다. 마중을 하러 나간 샤오양은 너무나 달라진 신신의 모습에 놀란다.
사연은 이렇다. 임신을 하고 3개월만에 유산을 하고 말았다. 유학 가기 이전에도 유산 경험이 있는데, 이번엔 크게 충격받고 힘들어하다 남편과 크게 싸우게된다. 그 후 남편이 다른 여성과 외도를 하고, 신신은 정신이 피폐해져가고, 미국으로 간 지 2년즘 지났을땐 남편이 이혼을 요구했고, 그렇게 본국으로 오게된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위해 샤오양은 노력하지만, 결국 신신은 우울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는 편지와함께.
샤오양에겐 뒷바라지 해주고 있는 대학원생 남자친구가 있었다. 언젠가 결혼할 생각도 있는데, 이 집에서 계속 일하게되면 고향에 가서 부모님을 보살피거나, 남자친구와 여행을 갈 자유도 없어진다. 그래서 떠날 준비를 하고 샤오 할아버지 몰래 양로원을 알아보기도 한다.
그 와중에 남자친구와 한번의 실수로 아이를 임신하게 됬는데, 지우라는 남자친구. 지인을 통해 바람피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분노하여 현장을 급습하고, 쥐약으로 같이 죽을 계획도 꾸미지만, 샤오할아버지에 의해 저지당한다.
샤오할아버지가 보호자가 되어 결국은 아이를 낳게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한치 앞도 알수 없는게 임신 전까지는 '어떻게 집에서 나가야할까'를 고민했는데, 상황이 반대가 되어 '이 집에 얼마나 머무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것이다.
오랜기간 생긴 유대감 때문일까, 샤오 할아버지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그들의 보호자가 되어준다.
뒤에는 할아버지가 나이를 먹으면서 귀도 안좋아지고, 눈도 안좋아지고, 치매까지 오고, 결국에는 벽에 똥칠까지 하게되고. 그런 과정이 참 안타깝게 그려진다. 그럼에도 끝까지 곁을 지키는 샤오양의 노력이 숭고하기도,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참 인상깊은 작품이었고, 진짜 재미있다.
분명 의문점도 있다. 책 전반부의 홍보 내용-이건 왜 배치 해놓은건지. 그리고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
그걸 감안해도 볼만한 소설이라 생각.
앞서 얘기한 작가의 집필 계기, 조사를 통해서 나온 소설이라 간병의 간접경험이 특징일 수 있고, 이야기의 흡입력이 대단하다.
자존심 센 고집불통 샤오 할아버지의 인생에 샤오양이라는 간병인이 들어오면서, 이런저런 상처를 받고, 극복하고, 경험하며 달라지는 모습. 그게 '우아하게'가 늙어가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또 그걸 보고 우리는 어떻게 '우아하게' 살아갈지, 자신만의 기준을 잡으라는 것이 책이 주는 조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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