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른들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 - 김봉중
읽게된 이유는, 특별한건 아니고 밀리의 서재 검색해보다가 눈에 띈건데.
그냥 가끔씩 생각나는 주제가 역사다.
잘 알지 못하고 읽어도 쉽게 휘발되고 그래서 시간좀 지나면 다시 지식 쌓고 싶고. 역사책이 나에겐 좀 그렇다.
지난번 모임 내 추천으로 읽었던 중국사를 재미있게 읽어서, 그런 기억이 본 책을 읽게된 배경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가가 서문에 말하길, '전쟁사는 분명 역사학의 영역이긴 하지만 큰 틀에서 인문학의 영역이다' 라고 써놓았다.
그래서 읽을 때 이 전쟁뒤에 숨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이 있을까? 이런 것을 좀 생각하면서 읽었다. 2개정도만 소개한다.
[ 프랑스/영국 100년 전쟁 ]
1066년 프랑스 북서부에 위치한 노르망디에 공작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침공해서 '노르만 왕조'를 세웠다.
그러니까 '노르만 왕조의 윌리엄 1세'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당시 프랑스는 봉건제였고, 윌리엄은 왕의 신하였다.
왕과 신하라는 두개의 신분을 가지게 된건데, 신하보다는 왕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잉글랜드의 봉건제를 왕권 강화에 유리한 형태로 바꾸기도 하고, 나라를 키우기위해 프랑스 영주들과의 혼인을 통해서 프랑스 내 영토를 확보해 나갔다.
그 후로 영토를 놓고 두 국가가 뺏고 빼앗기고. 100년 전쟁의 배경이 서서히 마련되었다.
자세히 이해하려면 두 국가의 왕실 족보를 알아야겠지만, 이부분은 너무 어려워서 넘어갔고.
간단히 말하면 1328년 즘, 프랑스의 왕이 후사없이 사망했는데 여기에 잉글랜드 왕실이 개입해였고 족보상 자신들이 프랑스 왕위 계승권이 있다고 주장 한 것이다.
그렇게 전쟁을 시작했고, 가스코뉴라는 지방이 있었는데 유럽 최대의 포도주 생산지였다.
이 지역에 잉글랜드의 영향력이 끼치는걸 프랑스가 보고 있을수만은 없어서.
겉으로는 왕위 계승에 따른 명분이지만, 실질적으론 이 지역을 차지하려는 이권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 전쟁에서 그 유명한 성녀 '잔다르크'가 등장한다.
잉글랜드를 몰아내라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주장했고, 이 얘기가 프랑스 황태자에게 전해져서 알현할 기회를 갖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싶던 프랑스 왕은 기회를 주었고, 기적처럼 잉글랜드를 여러번 격파한 것이다.
하지만 파리를 되찾기 위해 싸우다 결국 사로잡혀서 포로가 되었고, 잉글랜드는 잔다르크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큰 몸값을 요구했다.
프랑스왕은 그녀를 돌려받을 생각이 없었고, 이유는 본인보다 더 추앙받는 잔다르크가 부담스런 존재가 된 것이다.
결국 고문을 받으면서 재판을 받은 잔다르크는 마녀로 낙인찍혔고, 화형을 당했다.
100년전쟁은 유럽의 봉건제도를 흔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는데,
프랑스는 전쟁을 명분으로 세금을 거두고, 왕권이 강회되고, 전쟁에 참여한 새로운 계층이 늘어나면서 기존 계층이 흔들리고.
반대로 잉글랜드는 평민들이 흘린 피의 대가를 요구하고 의회의 권한이 지면서 왕권이 강회되고.
종교와 신분이 전부인 세상에서 능력의 세상으로 바뀌면서 근대에 가까워졌다고 소개된다.
[ 베트남 전쟁 ]
19세기 말 제국주의 광풍이 전세계에 몰아쳤고, 아시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유럽 열강의 아시아 침탈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중국이었고, 가기위해서는 인도차이나 지역을 거쳐야했다.
그러니까 동남아시아 인데, 영국이 지배하는 일부를 제외한 지역을 프랑스가 지배했다.
그 중에 베트남이 있었고, 늘 그렇듯 근대회를 명분으로 개혁을 했다.
프랑스 식 교육을 하고 그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있고, 그들을 통하여 대리통치를 하게 하고, 그렇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그런데 1940년 독일에 항복한 프랑스가 식민지를 유지할수 없게되자, 이번엔 일본이 베트남을 침탈하기 시작했다.
명분은 아시아 민족이 서양 세력으로부터 해방되려면 일본을 중심으로 단일 체제를 결성해야한다면서, 아시아 전역에 침략 전쟁을 벌인 것이다.
그들의 지배는 프랑스보다 가혹해서, 베트남 독립운동의 씨앗이 되었다.
독립운동 연맹이 있었고 그 이름이 '베트민'이다. 그 조직의 수장이 호치민인데, 이사람이 공산주의자다.
인도차이나 공산당 을 결성하고 베트남 독립운동을 주도했고, 일본이 세운 허수아비 정권에 대한 무력투쟁을 하고.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베트남 독립을 선포했다.
그런데 이후에 프랑스가 다시 식민통치를 부활시키려 베트남으로 돌아와서, 또 전쟁이 발발했다.
처음에는 프랑스군쪽으로 승세가 기우나 싶었는데, 전쟁이 계속될수록 베트민의 정신력이 강해져 결국 프랑스가 패배하고 만다.
프랑스의 요청에 따라 베트남 독립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제네바에서 개최되었는데, 협약에 따라 식민통치를 마강하고 독립을 승인했다.
그런데 베트남은 위도 17도선을 경계로 분단되었다. 호치민의 공산주의는 북쪽으로, 프랑스의 자유진영은 남쪽으로 나뉜 것이다. (묘하게 어느 나라가 생각나지 않는가?)
호치민이라는 리더를 중심으로 단합되는 북쪽과는 달리 남쪽은 혼란이 심했는데, 공산주의 게릴라들이 남베트남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게 '베트콩'이고 남쪽 정권의 민심이 이탈할 수록 그들의 세력이 커졌다.
북베트남에 의한 공산화 통일을 우려한 미국이 여기서 개입하게되고, 우리가 아는 베트남 전쟁은 여기부터이다.
공산주의의 북베트남, 자유주의인 남베트남. 결국은 이념전쟁인건데 여기에도 많은 나라가 전투병을 파병했고 한국도 포함이다.
베트남 전쟁이 '텔레비젼 전쟁'으로 불리기도 한다.
TV를 통해 전쟁의 참상이 미국 안방에 생생하게 전달되고, 그래서 반전 시위가 확산되고, 정권에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의 실패를 인정하고 재선 출마를 포기하는 사태 까지 일어난다.
다음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손을 떼면서, 이후에는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에 총공세를 가하였고, 공산화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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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크게 '경제, 내전, 문명, 종교' 4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소개한 100년전쟁은 '경제', 베트남전쟁은 '내전' 에 해당한다.)
역사 흐름에 큰 영향을 준 전쟁을 소개하는, 인간의 역사가 길다보니 내가 관심이 적은 시대의 내용 좀 있긴하다.
알렉산더 대왕 정복전쟁이나, 보스니아 내전 등..
그런 부분에서 독서가 막힐 시, 흥미 있는 시대의 내용만 깊게 보는것이 이 책을 파는 요령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앞서 '역사는 큰 틀에서 인문학이다' 라고 했다. 그부분을 생각해보자면..
신의 계시를 받고 전쟁에 참여했다는 잔다르크. 예전엔 그렇구나~하고 넘어갔는데, 책을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게..
'이 사람의 뭘 믿고 군 지휘를 맡겼는가?' 하는 점. 16세의 소녀일 뿐인데, 그리고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는 이 허무맹랑한 얘기까지.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다가 꽤나 쉽게 판단을 내렸는데. 그 중심에는 '종교/신앙'이 있지 않을까.
종교힘은 지금도 막강한데, 과거에는 훨씬 더 어마어마 하지 않나. 오죽했으면 책의 파트중 하나가 '종교' 일 정도인데.
여러가지 가설을 세워보자. 실제로 신내림을 받았고, 하늘이 내려준 완력, 지휘력이 있을 수 있다.
남성이 여성인 척을 했을 수 있고, 아니면 여성을 세워두고 능력 좋은 참모를 숨겨놓았을수도 있고.
왕이 책략으로 일반여성에 갑옷을 씌우고 신의 전사 라고 소문을 냈는데 이게 먹혔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 '신의 전사' 라는 타이틀. 이것이 중요했던 것 같다. 그 시기에 믿음이 어마어마해서 잉글랜드군은 전쟁에서 사기가 떨어진 채로 시작하고,주변에 전파되어 기싸움부터 밀리고, 패배하고 했던거 아닐까.
책에 십자군 전쟁도 보면 교황의 '이교도에 빼앗긴 성지를 빼앗자, 하느님이 그것을 원하신다!' 가 이유였으니까.
(물론 지은 죄를 용서받을 것이라는 면죄부라는 당근이 있긴 했다.)
아무튼 이래저래 종교의 영향력을 책을통해 한번더 실감할 수있고..
칭기즈칸의 정복전쟁이 나중에 실크로드 발전으로 동서양 교류에 영향을 끼치고, 미국 남북전쟁 이후 링컨은 총격당함으로 인해 영웅으로 남게되었다는 얘기 등. 깨알 지식을 얻는 맛도 있다.
독서모임에 들고가지만 아마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정말 관심 있는 이에게만 흥미가 가지만, 지적인 욕심이 있다면 구미가 당길 법한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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