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비문학이나 위주로 많이 읽었는데, 참 오랜만에 읽어보는 장편 소설이다.
많은 페이지 수가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설 연휴 이틀간에 걸쳐서 단숨에 읽을정도로 몰입력이 강했다.
1900년대 초반 일제 강점기에서 광복, 한국 전쟁, 박정희 정권 까지. 우리에게는 절대 다가오지 않을 것 같은 사건 들이, 인물들에게는 무덤덤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 덮치는 것이 처절할 정도
그리고 그 사건들은 그림하나 없지만, 내가 그 격동의 시기안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질정도로 장면들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진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그런가, 넉넉하게 각자의 인물들의 개성이 드러난다.
각자의 방식대로 격동의 시기를 해쳐나간다. 다들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 수 없던 그 당시 상황이 안타까움.
애정이 가는 인물은 정호. 이사람은 참 순수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에 계속 다가가고, 차여고, 돌아와서 지켜주고. 존경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은 중요한 임무를 받고, 완수해내기 까지 했다.
명확한 목표를 가진 사람은 강한 법. 참으로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되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종류의 사람은 이용당하기도 쉽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론 옥희도 정호를 많이 이용한 거라는 생각도 듬)
독립운동으로 온갖 고생을 다했으나.. 해방후 좌파 우파의 이념갈등, 친일파에 대한 처분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안타깝게 정치적 희생양이되어 목숨을 잃게되는데..
성수라는 인물이 친일에 가까웠고, 과거에 마지못해 3.1운동 대자보 제작을 했던 행동 하나가 독립운동의 증거로 인정받아 풀려나는점이 여기 대비되어,알고있는 불편한 진실을 또한번 마주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특히 법정에서 미꾸라지가 등장했을 때는 피가 꺼꾸로 솟는 느낌. 깡패였으나 국회의원까지 오른 점을 보니 어떤 인물 하나가 생각남.
인간관계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게 됬는데..
옥희가 오랜시절 동고동락 했던 연화를 사창가에서 구출했는데, 해외에 있는 월향의 편지를 받고 연화가 새로운 시작을 운운하며 가겠다고 스스럼없이 얘기 한 부분.
죽기 전 편지까지 보내면서 성수와 명보를 만나고 싶어했지만 결국 쓸쓸히 세상을 떠난 기생 단이. (특히 명보의 독립운동 자금을 후원하기도 했다)
한철이 자신의 야망을 위해 그동안 물심양면 지원해준 옥희를 버리게 되는 점.
언제나 내가 해주는만큼 돌아 오는건 아니라는 것. 이건 우리가 사는 현실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다시한번 느끼게 됬다.
짧은 전성기를 보냈던 옥희는 후반부 정호까지 잃으며 도피하듯 바다 건너 제주도로 떠났다.
많은 사건들을 겪어왔고 세상을 원망할법도 하지만 그동안 지나온 인연들을 추억하며 세상은 살만하다고 하며, 초연한 모습으로 책은 마무리 되는데. 읽는 내내 찝찝했지만 마지막에 모든 잡념, 고뇌를 바다속에 두고오는 듯 평온을 찾게된 건 나름 해피엔딩으로 보여진다.
재미도 있고 역사와 이념, 인간의 본성, 인간관계, 선악 등 여러 방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점이 좋았다.
누가봐도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작가의 손에서 한국에서 출판된 작품이라 생각되지만, 의외로 해외에서 영문으로 출판된것을 역수입 한 작품이다.
얼마전에 파친코라는 드라마가 인기였는데, 비슷하게 일제 강점기 시절에 관한 내용이다.
지금 읽은 '작은땅의 야수들'은 해외에서 이미 인정 받은 작품인데, 혹시 파친코처럼 드라마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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