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어린시절은 어땠을까?>
과거를 돌이켜보자. 우리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학교가라면 가고, 학원가라면 가고, 숙제 시키면 하고,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혼나고.
이유도 제대로 모른채 공식, 답을 외우는 주입식교육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물어보고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우진 않았던 것 같다.
물어보면 나만 이상한사람 될거 같은 그런 분위기,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거 같은 불안감 등.. 여러가지 족쇄가 옭아맸던 시절. 뭔가를 능동적으로 해본 적이 거의 없고, 뭘 해야할지도 모르고. 그냥 물흐르듯이 흘려보낸 시간이 얼마나 긴지. 그래서 성인이 되서도 스스로 중심을 잡는게 꽤나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하브루타란 ?>
하브루타란 유대인 전통 교육법으로 2~4인이 짝을이뤄 대화, 토론, 논쟁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답'을 요구하는 기존 주입식 교육과는 반대로 하브루타는 '질문'을 중요시한다. 얼굴을 마주하는 질문, 답변을 통해서 서로를 생각을 교환하며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방식이다.
10년전 쯤 KBS에서 교육관련 다큐를 본적이 있다. 제목은 '공부하는 인간'
하버드대학교에 다니는 4명의 다른 인종의 학생들이 한국, 중국, 인도, 유대인의 나라를 찾아가 교육방식을 탐구하는 5부짜리 대형 다큐였는데 특히 유대인 교육방식이 굉장히 신선했다.
보통 도서관에서는 개인이 조용하게 공부하기 마련인데, 유대인들의 도서관은 굉장히 시끄럽다.
옆에 있는 사람과 주제를 가지고 대화, 토론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보통은 유대경전인 탈무드인듯).
재미있는게 아는사람끼리가 아니라 모르는사람과도 하는 것이다. 내가 자리에 앉고 옆에 사람이있다? 그럼 그냥 말을 거는 것이다.
내가 그때 봤던 신기한 광경이 '하브루타' 였던 것이 아닐까.
<내용>
하브루타 교육의 핵심은 '교육과 삶의 일치'다. 자식교육의 주체는 타인이 아니라 부모.
공부하는 부모가 되어야하며, 교훈을 가르친다한들 부모가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 가르치는 여러가지 교훈들을 앞장 서서 실천해야 자녀가 따라온다는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저자가 실제로 가정에서 실제로 자녀와 대화, 토론한 내용들을 담고있다.
'자유에 대해'
아빠 : 자유란 무엇일까?
딸 : 자유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니에요?
아빠 : 그렇다고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딸 :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 안되요, 일본은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자유를 빼았았잖아요.
'정직에 대해'
아빠 : 소크라테스는 주변사람들과 정의에 토론했어.
딸 : 뭐라고 말했는지 궁금해요
아빠 : 케팔로스란 사람이 말했어. 정의란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한 것이며, 남에게 뭔가를 받았다면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지.
딸 : 맞는 말 같네요. 정직하게 올바른 것이죠.
아빠 : 하지만 정직한 것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야. 소크라테스가 말했지. '만약에 어떤 사람이 친구에게 무기를 맡겼는데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이 정신이 이상해진 상태에서 무기를 찾으러 왔다면 과연 친구가 무기를 내어주는게 옳은것일까?'라고
딸 : 잘못하면 무기로 그 친구를 해칠수도 있겠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던 부분은 '니체' , 여기서도 그 유명한 '신은 죽었다'에 대해 나온다.
목사집안인 니체가 회의감을 느끼면서 '신은 죽었다'라며 기독교를 심하게 비판한 것은 유명한데, 실은 이 말이 역설적으로 종교적으로 성숙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맹목적으로 천국을 바라는 나머지, 자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지 못하고 천국으로 갈 방법만 찾는다면?
부모라면 자신의 품을 떠난 자식들이 어려운 삶을 포기하고 다시 편하게 부모 품으로 돌아오는 것을 바랄까, 아니면 부모를 기억하며 현생을 충실하게 사는 것을 바랄까.
'신은 죽었다'는 반어적 표현으로, 신의 존재를 지움으로 오히려 신이 원하는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게된다는 것이다.
니체 는 인간이 스스로 힘을 길러 고난을 극복하는 인생을 살기를 원했다고 한다. '망치를 든 철학자' 라는 별명뒤에 따뜻함이 보이는 재미있는 얘기였다.
<아쉬운 점, 그러나>
질-답의 주제가 인문철학이다보니 흥미 없던 이들에겐 어렵게 느껴질 거란 생각이든다.
이 경우에는 '부모가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것을 알아듣는 아이들을 우리는 보통 '영재'라고 부른다.
책의 제목이 '하브루타 독서법'이 라기 보단 '하브루타를 통해 배우는 초보철학 '이 어울릴 수 있겠다.
본 책을 하브루타 교육을 전파하는 의도로 출판 했다면, 철학보다는 좀더 일상에 밀접한 것을 주제로 하는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BUT
이 부분도 나름대로 저자의 고민이 담겨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내가 부모라면 아이를 어떤 방식으로 교육하고 싶을까. 수학, 영어 등 공부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인성'이다. 좋은 성적표를 받기 위해서는 경쟁을 하게되고, 그 과정에서는 기본적인 '인성' 교육은 생략되며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게 더 익숙해질 것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문-철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자유, 절제, 배려, 도덕 등에 대해 얘기하며 뭐가 옳고 그른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며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기준을 잡아나가는 방향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마무리>
본 책의 출간년도는 2016년도다. 제법 세월이 지났으니 분명 이 교육 방식을 가정에서 접목시키는 부모들도 꽤 생겼을 것이다. 책을 일방적으로 읽어주던 이들에게 이런 교육은 어찌보면 굉장한 도전이지만, 과정에서 얻게될 아이의 자립심, 가정의 유대감은 어마어마 할 것이다. 내 주변에 자녀를 낳은 이에게 추천 해주고 싶다.
과거에는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검증된 기술을 들여와 국내에 적용하여 나라를 빠르게 발전시켜야했기에 주입식 교육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분류되었고 동시에 발전의 한계치까지 왔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무언가가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 이 하브루타는 교육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고 본다. 그렇기에 분명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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