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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런저런 도서

천개의 파랑 - 천선란

by 곽성이 2023. 9. 24.

 

 

 

 

 

-이 책의 배경은 미래 AI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다.

주인공 '콜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경마기수로 만들어졌지만  의도치 않게  인지/학습능력이 기입된 칩이 들어갔다.

그렇기에 자신의 말이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 할 수 있다.

경마 경기를 완주하려 했다가는 자신의 말인 '투데이'는 영원히 다리를 쓸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콜리는 경기도중 스스로 낙마하고 말발굽에 밟혀 부서지는 것을 택한다. 

폐기 처분될  운명이었지만 우연히 대화를 하게된 로봇 영재 '연재'가 콜리를 수리하려고 가져가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고, 주 내용은 등장인물들이 경주마 '투데이'가 다시 달릴수 있게하려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연재에게는 언니 '은혜'가 있고, 엄마 '보경'이있다.  

보경은 이른 나이에 소방관인 남편 화재로 잃고, 식당을 하며 두 아이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었다. 이 과정이 참으로 슬픈데..

나라에서 소방개혁을 위해 막대한 큰 예산을 부었지만 대부분이 구조용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에 쏠리는 바람에 인간이 사용하는 소방복등의 장비는 10년 가까이 교체가 되지 않았고, 이게 원인 중 하나가 되어 남편을 잃게 되었다.

보경은 은행에 가서  남편의 사망보험금으로 남은 식구가 굶지않고 살 가능성을 물어보는데, 이걸 상담해주는 은행원이 또  휴머노이드다. 보경 입장에서는 '이 로봇들 때문에 내 남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게다가 보경의 엄마는 또 은행원이었는데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겨겼으니.  상담 받는 보경의 기분은 얼마나 참담했을지 가늠이 안된다.

 

은혜는 소아마비가 있어 휠체어 없이는 생활할수가 없다. 

책에서도 장애우에 대한 배려는 달라진 것이 없다. 완만한 경사로도 없고, 대중교통을 타인의 도움없이도 탈 수 있는 안전함도 없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어린나이에 위험천만한 세상, 냉혹한 현실을 이겨내야 한다는것을 알고있다.

집 근처 경마장에 말에 관심이 많은데, 달릴수 없어 죽게 될 운명인 말들에 연민을 느끼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듯.

 

연재는 의사표명을 잘하지  않는인물이다. 투정도 없고, 하라는 것은 그냥 군말없이 하고 엄마 속을 썩이지도 않는다.

장애있는 언니가 있는 한 부모의 관심을 받기 힘들거란 걸 일찍 깨달아서, 바라는것도 없고 입도 열지 않는다.

 

이 세 모녀사이에 콜리가 끼게 되었고  그를 통해  쌓여온 가족 사이의 벽을 허물어지는 모습이 따뜻함을 선사하는데, 그것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힐링이라 생각된다.

 

 

-앞서 얘기했듯 경마장의 기수가 로봇이다. 거리에 청소하는 로봇이 돌아다니고 있고,  소방관과 로봇이 함께 화재를 진압하고.. 이러한 내용들이 상상력을 자극하여, 글이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그려지고  미래를 간접경험하는 느낌이 매우 재미있다.

 

-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단어를 구체화하여 설명하는 것이 재미있다.

콜리가 보경에게 '그리움'이 무엇이냐 묻는 부분이 있는데, 이렇게 답한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것,  문득 생각나지만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것'

'행복한 순간만이 그리움을 이겨'

 

콜리가 그리움이란 것을 이해하고, 그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투데이와 함께 달릴때라는 것. 이 대화가 소설의 흐름의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 책이 전하고 싶어하는 가장 큰 메세지는 '천천히 가도 괜찮다.'

인물들은 투데이에게 예전처럼 빨리 달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천천히, 다치치 않도록. 그걸로도 충분하다.

우리는 현생에 치어 달리고 있지만, 내 주변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 않은지 한번쯤 생각 할 여유를 가져보면 좋겠다.

 

그리고 동시에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SF소설로 분류된다. 책에서 보여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예견되어있고. 진행중이기도 하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기술 발전과정에서 장애우나 노인들이 생략되지 않는 방법 역시 필수다.

 

- 마무리로.. 책의 제목이 '천개의 파랑'이다.

주인공 콜리는 하늘을 좋아한다,  파란하늘을.

그리고 알고있는 단어는 천개, 그 단어들이 모두 하늘같은 느낌었다고 한다.

이 내용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평가하자면  '참 예쁜 책이었다'